어떤 사회에서나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지배적인 가치체계를 수용하도록 작동하는 문화권력이 있다. 그리고 개인들은 지배가치에 부합하도록 자신의 역할, 정체성, 욕망 등을 구성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한다. 하지만 개인들이 문화권력에 전적으로 순응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어떤 욕망이 기존의 문화 체계 내에서 허용되지 않을 때 개인들은 타자화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적인 영역을 찾고자 한다. 이러한 대안적인 영역 찾기는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문화권력이 도달하기 어려운 탈권력화된 문화의 사각지대로 연결된다. 개인들의 사각지대 찾기의 집합으로 형성되는 ‘문화적인 사각지대’는 지배적인 문화에서 배제된 다양한 문화가 출몰하는 창의적인 영역이다. 그리고 문화적인 사각지대의 출발로서 개인들의 사각지대 찾기는 -소위 ‘일탈’과는 구분되는- 문화권력 혹은 지배적인 문화 체계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개인들의 사각지대 찾기와 문화적인 사각지대의 형성 과정은 비가시적이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을 피해 자신들만의 ‘다락방’을 발견해내고, 동성애를 금지하는 도시에서도 게이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 공간을 창조해낸다. 다만 아무리 안전한 사각지대라 할지라도 그것은 영구적으로 보존될 수는 없다. 즉 문화규범적인 통제의 시점은 단일하지도, 고정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문화적인 사각지대’는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점거의 방식일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개인이나 타자들의 사각지대 찾기는 정지될 수 없는 지속적인 과정인 것이다.

“사각지대 찾기”와 연관된 나의 프로젝트들은 지배문화가 허용하지 않는 다양한 문화가 출몰하는 장소로서 ‘문화적인 사각지대’를 의미화하고, 일상에서 목격되는 개인들의 다양한 사각지대 찾기의 사례들을 통해 문화적인 사각지대가 관념적인 구상이 아니라 일상의 현실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문화적인 사각지대가 유동적인 점거의 방식일 수밖에 없듯이, 나의 프로젝트들은 전시회와 전시장의 조건에 따라 변형되거나 새롭게 재해석되는 장소특정적 속성을 지닌다. 아울러 “사각지대 찾기”는 다양한 개별 프로젝트들로 구성되며 개별 프로젝트들은 독립적인 동시에 상호 연결된다.